한복 원단 중에서 물세탁용 양단으로 한쪽 면에 목화솜을 넣고 누벼서 팔과 다리 토시를 한 켤레씩 만들 겁니다. 봄이 오긴 했습니다만 목화 솜이 워낙 가볍고 따뜻해서 한 겨울과 그 전후로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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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어느 고운 어르신이 방문하셨습니다. 78세라고 하셨는데, 시집갈 때 어머니가 해 주신 명주 저고리를 60년 만에 뜯어서 가지고 오셨어요. 어머니가 주신 것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거라서 꼭 다시 만들어 입고 다니시면서 어머니를 추억하고 싶으셨답니다. 바로 마음이 동하고 아련함이 느껴져서 꼭 해드리고 싶었지요. 몇 군데서 거절을 당했다 하셨는데, 조금 긴 시간을 허락받고 저고리를 회생시키기로 했고, 안에 있던 목화솜은 원단을 구입해서 토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겉감으로 쓸 양단은 2층으로 내려가서 함께 골랐습니다. 저고리 안감과 깃 끝동감도 함께요.
솜 정리하기
솜이 저고리 모양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60년된 목화솜입니다. 명주도 목화솜도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 하시네요. 색상에서부터 세월이 느껴집니다.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재단을 했습니다. 가장 넓은 등판과 한쪽 동은 잘라서 다리 토시용으로 대고, 앞판은 팔토시용으로 대면 거의 모양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약간씩 허술한 부분은 남는 분량에서 떼어다 덧붙였습니다.
패턴은 그분의 사이즈를 잰대서 여분을 보태어 그렸습니다. 반을 접어 2cm씩의 여유를 넣었어요. 그러면 총여유분은 4cm가 되겠네요.
길이도 원하시는 만큼으로 팔토시 길이는 25cm로 했고, 다리 토시 길이는 30cm로 했습니다. 안감 겉감을 모두 같은 원단으로 하니까 골로 해서 한쪽이 두 장씩이면 됩니다. 그래서 총 여덟 장을 재단했습니다.
핀으로 양단과 솜을 듬성듬성 꽂아 고정시켰습니다.
누비기
재봉틀로 누벼야겠죠~ 최대한 같은 색 실을 사용해 누빕니다.
누비 간격은 2.5cm로 했어요. 밀리지 않도록 앞 뒤를 잡아 가며 순차적으로 누볐습니다. 솜은 넣어야겠고 풀로 붙이기에는 부담이 있어서 이럴 땐 누비는 게 아주 제격이지요. 누빔으로 해서 힘도 더해집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다려야 합니다. 누벼서 생긴 골로 인해 사이즈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요.
누빈 면을 안감으로 사용할꺼에요. 겉감과 합쳐서 겉끼리 마주대고 위아래 완성 선을 박습니다.
누빈 안감쪽 남은 시접이 두껍기 때문에 완성했을 때 투박해 보일 겁니다. 그래서 최대한 잘라냅니다. 그리고 옆선을 박아야 하는데, 위아래가 박힌 상태에서 안쪽으로 손을 넣어 한쪽 끝을 잡아당겨 들어간 쪽으로 꺼내어 포갭니다. 그러면 결국 겉감은 겉감끼리 안감은 안감끼리 만나게 됩니다. 안감과 겉감이 만나는 포인트를 정확히 맞추고 핀으로 고정해서 박아 주는데요, 뒤집을 창구멍과 위아래 고무줄을 넣을 작은 창구멍을 확보합니다. 뒤집을 창구멍은 안감의 가운데쯤에 내고, 고무줄이 들어갈 작은 창구멍은 완성선에서 살짝 안쪽으로 1cm가량만 남깁니다.
그리고 안감 가운데의 창구멍을 통해 뒤집었어요.
고무줄 넣기
가운데 창구멍은 위에서 눌러 박아 막아줍니다.
그리고 고무줄이 들어갈 위아래 라인은 겉에서 눌러 박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론 고무줄 폭보다는 최소한 커야겠지요. 1cm 폭의 고무줄에 들어갈 원단분의 분량은 1.5cm로 했어요. 고무줄은 꽉 조이지 않게로 주문하셔서 잰 분량보다 살짝만 적게 잡아 길이를 정했어요. 뒤집개를 먼저 사용해봤는데, 팔토시 같은 경우는 동그라미가 작아 적합하지 않았어요. 역시 옷핀이 만만합니다. 작지만 열일을 하네요.
고무줄을 끼우고 끝은 서로 마주 보게 나란히 해서 박았습니다. 그리고 밀어 넣었지요. 혹여 수정할 수 있으니 고무줄 창구멍은 막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느 때고 더 조이거나 풀 수가 있겠지요.
양단과 목화솜이 만난 팔토시와 다리 토시가 완성됐습니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인지 양단이 참 고와 보입니다. 역시 목화솜이라 참 가볍고 포근하네요.
착용하실 때마다 추억이 새록해지고 어머니의 향취를 느끼시겠지요~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진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바느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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