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들다가 재봉틀 바늘로 손가락을 박아서 다치는 바람에 뼛속에 바늘 끝이 남아 있어 수부외과로 유명한 서울연세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됐다.
재봉틀 바늘로 손가락을 박다
결국은 핑계에 지나지 않겠지만, 사실 주변 환경이 꽤 어수선하긴 했다. 조끼와 마고자를 재단하고 나서 봉제 차례가 시작된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어수선한 가운데서 머리도 함께 번잡한 상태였다. 아니지 나와는 이제 상관없는 일이라 동요되지 말아야 했는데 뭔가 아니? 의도였던 의도치 않았던 혼자 멀찌감치 동떨어진 또다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몸의 각도를 바꿔가며 봉제를 시작하고 잠깐 지나서 순식간에 왼쪽 검지 손가락의 손톱 정 가운데를 바늘로 찔렀다. 순간, 정말 너무 깜짝 놀라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외마디로 비명을 질렀다. 희한하게도 웬만한 일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 성향의 사람인데, 힘이 센 기계에서 바늘이 부러졌다 보니 통증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바늘이 손가락 안에서 부러지지 않게 얼른 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른손가락으로 잡아 힘껏 빼봤지만 빠지지 않았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제 와 생각해 보면 피가 나더라도 손가락에 바늘이 꼽힌 채 그대로 병원에 갔었다면 혹시나 수습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해 뺀치로 옆 사람이 바늘을 빼주었다. 당연히 옆에 있던 모두는 당황했다. 물론 당사자인 내가 더 놀랐지만. 정말 그냥 꿈만 같았다. 아니 꿈이었음 했다. 그게 2024년 12월 23일 저녁에 일어난 일이다. 일단 지혈을 위해 소독약을 묻힌 미니 붕대로 손가락은 힘껏 일단 감아 응급처치했다. 저녁 6시 30분 경이여서 일반 병원은 진료가 끝났겠다 싶어 응급실을 수소문하다가 어떤 분이 직통 번호를 알려주셔서 카카오택시를 잡고 찾아갔다.
서울연세병원 수부외과
그때 통화 당시 손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라고 하셨고, 그렇게 소개해 주신 곳으로 전화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몇 번째 손가락이냐고 물으셔서 아주 전문적인 병원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간 가 보니 병원은 마포구에 있었고 수부외과로 유명하다는 서울연세병원이었다. 다행히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야간 진료가 있었다. 환자가 꽤 많았다. 응급 환자도 간혹 소방대원과 들어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손을 다친 사람들과 얼굴을 다친 사람들이었다. 진료를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임시로 감았던 붕대를 풀고 일단 x-ray를 찍어 보자고 해서 지하로 내려가 x-ray를 여러 장 찍었다. 아 그런데 바늘 끝이 4mm가량 뼛속에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쨌든 머뭇거릴 수만은 없었다. 얼른 할수록 치료가 빨리 마쳐질 테니 즉시로 입원 절차를 밟고 수술을 진행했다. 마침, 당직하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그날 밤도 가능하고, 다음날 해도 된다고 하셔서 바로 하기로 결정했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수술실로 들어갔다. 손만 마취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 정도의 부분 마취로는 안 된다며 왼쪽 팔 전체를 마취하게 됐는데, 손가락을 박은 것보다 그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어깨 부분과 왼쪽 목 부분에도 마취 주사를 맞았는데, 부위에 따라서 마비되는 손가락이 달랐다. 그렇게 네 차례에 걸쳐 마취 주사를 맞으면서 매번 괴롭고 온몸이 떨리는 신음을 아니 낼 수가 없었다. 무균실이라 옷은 전혀 입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모든 옷을 벗고 병원 입원 복만 입은 상태에서 수술대에 누우니 정말 오싹한 느낌이었다. 담요를 덮어 주긴 했으나 정말 있는 힘껏 바들바들 떨게 됐다. 이빨이 자동으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팔 부분을 커튼으로 치고 수술해서 전혀 볼 수는 없었다. 오른편엔 혈압과 맥박을 재며 나오는 화면이 계속해서 숫자가 바뀌며 소리를 냈다. 난 혈압이 늘 아주 안정적인 편인데, 혈압 수치가 꽤 높아졌다. 수술이 거의 정리되어 갈 때쯤엔 그 수치도 평소 수치에 가깝게 내려왔다.
자정이 다 되어 끝났으니 수술 시간이 생각보다 꽤 걸었다. 수술이 끝난 직후 선생님은 수술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지문이 있는 손가락의 아래쪽을 열어서 바늘을 잡으려 했으나 잡히지 않아 결국은 다시 위쪽, 손톱을 열어서 빼게 됐다며 일주일 정도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하셨고 소독은 다 잘됐지만, 바늘 끝에 어떤 균이 있을지는 모르는 상황이라 지켜보자는 이야기를 하셨다. 수술을 마치고는 걸어서 입원실을 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바퀴 달린 침대에 누운 채 입원실로 옮겨졌는데, 왼쪽 팔이 마치 마네킹처럼 느껴졌다. 내 팔이지만 내 팔 같지 않은, 체온이 있어서 따뜻하지만, 감각이 전혀 없어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그냥 이물질처럼 느껴졌다. 아주 불편하게 걸리적거리고, 솔직히 징그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손가락 하나 때문에 팔 전체가 바보가 됐다.
3주간의 치료
수술하고 입원실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주변도 환하고 창밖 차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그 어색한 상황이니 당연히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약간 자다 깨고 조금 다가 깨고 가 반복됐다. 그러면서 아주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취 당시 팔을 들라고 해서 누운 상태로 왼손을 높이 들었는데, 그 상태로 마취해서 그런 건지 그때부터 팔이 그 상태로인 느낌이 계속 드는 것이다. 언뜻언뜻 자다가 손이 높이 올려 있는 것 같아서 쳐다보고 만져 보면 분명 배 위에 얹혀 있는데도 계속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마취가 풀릴 때까지 그런 느낌은 계속 이어졌다. 아침이 돼도 마취는 풀리지 않았다. 마취가 온전히 다 풀리기까지는 2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퇴원하라고 해서 낮에 퇴원하게 됐다. 마취가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팔 지지대도 하고 돌아왔다.
그 후론 처음엔 이틀에 한 번을 두 차례, 3일 만에 한 번 더 갔다가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한번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4일 후에 한 번 더 소독하고 '이지에프 새살 연고'라는 약을 바르고(이 연고는 치료 내내 발랐다) 다시 나흘이 지났다. 그렇게 다치고 수술을 한 지 2주 만에 실밥을 풀었다. 진료하는 동안 내내 매번 의사 선생님은 좋아요, 며칠 후에 또 오세요. 하셨다. 부연 설명이 없는 걸 보니 진행 상황이 괜찮은 듯했다.
손톱은 떼었다 덮어놔서 이미 죽은 상태라 빼야 한다고 했는데, 그때 당시는 많이 아파할 것 같아 2주 후에 빼자고 이야기하셨다. 그게 20일이었다(예약이). 그런데 15일 수요일 아침에 병원 측에서 연락이 왔다. 산재가 승인되었는데 1월 7일까지로 끝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의 소견을 묻고 연장할 수 있으면 연장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약 없이 그날 오전에 다시 연세병원을 가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이틀 전부터 손톱이 욱신거리기 시작해서 차라리 지금 손톱을 뽑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인데, 이래저래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예정보다 빨리 손톱을 뽑게 됐다. 아 난 이게 정말 겁이 났다. 마취도 없이 아직은 붙어서 연결된 손톱을 생으로 뺀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을 할 수가 없었던 터다. 그래서 어떻게든 최대한 참아 보리라 마음을 먹은 다음 눈을 찔끔 감고 이빨을 꽉 깨물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톱을 빼셨다. 손톱이 이미 거의 다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밑에서는 벌써 새 손톱이 자라고 있었다. 물론 모양과 크기가 당연히 완벽하진 않지만, 꽤 많이 자라 있었다. 모양이 뭐가 중요하겠나. 멀쩡하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23일쯤 됐나? 벌써 자리를 잡아서 새 손톱이 나와 있었다. 참 인체의 신비가 다시 한번 경이롭게 느껴졌다. 물론 손톱은 살면서 계속 자라지만 이렇게 없어지는 경우와 다치는 경우에 다시 나온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입원했던 병실은 간호사님들이 항시 상주하고 있다는 5층의 3인실이었는데, 맞은편 환자와 아침 식사 시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충남 서산에서 오셨단다. 집안에서 넘어져 손가락이 골절되어 수술했고 그렇게 1년 전에 박아 놓았던 지지대를 제거하러 오셨다고 했다. 참 어처구니없게 순식간에 다치는데, 수술과 치료는 정말 오래 걸린다.
마지막 치료를 받던 날 병원을 나오기 직전에 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가 치료를 받으러 왔길래 관심을 보였더니 집에서 놀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속초에서 오셨다고 했다. 그쪽 의료원에서 이곳으로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참 알고 볼 일이다.
댓글